3월 필독서 [1세기 교회의 예배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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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그렇게 많은 양의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가장 읽기 힘든 책을 고른다면, 이론으로만 터득한 내용을 현학적 문체를 사용해서 늘어놓은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저자가 주장하는 이론(주장) 자체를 따라가기가 매우 힘들다. 신대원 시절 예배학 관련 서적들을 추천받았다. 이론적으로 참 잘 정립된, 유명한 학자들이 쓴 책들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때 예배학에 대해 흥미를 잃었던 것 같다. 수준 높다는 학술자료들을 근거로, 가능하면 고상하면서도 수준 높은 신학적 용어를 사용한 책들이었다. 읽는 내내 마음속에 질문이 끊이질 않았다. “과연 이 책을 읽고 예배가 뭔지, 예배를 어떻게 드려야 하는 지 알 수 있을까?” 마치 그들은 요리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탁월하지만 요리를 “하지”는 못하는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로버트 뱅크스. 그는 학자이지만 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성도의 실천적인 면에 대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오랜 전부터 들어왔던 이름이다. 기독교세계관, 가정교회사역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 또한, 예배에 대해서 말하되, 가장 실제적이고 실천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도 드러나듯, “1세기 교회의 모습”을 한 편의 극을 보는 것처럼 구성했다. 1세기 중반, 초대교회의 모임을, 1인칭 시점(모임에 초대된 자)으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역사적이고 성경적인 고증에 것임을 말할 것도 없다.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이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집에 초대되어, 환영받고, 음식을 나누고, 성찬의 떡과 잔을 받고, 삶과 말씀을 나누고, 교제를 나누는 장면에 대한 묘사다. 1인칭 시점으로 모임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따라가기 때문에, 읽고 있는 사람이 그 예배에 참여한 듯한 강한 인상을 준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의 고백들을 살펴보자.
“그 두 사람의 명백한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굴라 부부가 그들에게 인사하는데 거의 차이가 없음에 나는 놀랐고, 조금은 충격을 받았다.”(p.24)
“‘이제 예배가 시작되는 시간인가?’ 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를 놀리듯이 쳐다보면서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가 집 안에 들어오면서 실제로 시작했어’ 하면서 내 할 일을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p.25)
“어쨌든 내가 기대하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고 얘기할 수 있다. 점잖은 의식주의도 아니고 이국적으로 신비적인 것도 아니었다. 아주 단순하고 실제적이었다. 나는 그들의 신은 이렇게 되는 대로,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드는가 하고 의아해 했다. 이 일은 그 신을 좀 무의식적으로 별 생각 없이 취급하는 것 같았다. 내가 신을 생각하는 방식과 전혀 달랐다.”(p.31)
“더구나 종교적인 관점에서 이 모임이 바람직한 것을 많이 남겨 주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아는 한에서는 그때까지 일어난 일 중에서 종교적이라는 것은 거의 없었다. 우리가 기대하는 의식적인 예식은 차치하고서라도, 제사장도 한 사람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종교적인 것보다 더한 진정한 어떤 것으로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p.45)
“그는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보고, 듣고, 냄새 맡는 아주 당연한 것들을 그의 하나님의 손길에서 온 것으로 자세하게 말했다. 그가 기도하는 동안 방안에 있는 다른 사람들은 동의하는 중얼거림을 자주 하였다. 기도를 마칠 때는 모든 사람의 큰 동의가 있었다.”(p.52)
“그들의 행동에는 틀림없이 실제적인 무엇인가가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모임은 종교의식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매우 적합하지 않았고, 그들이 하고 있는 어떤 것은 아주 색다른 것이어서 당황케 하는 것이기도 했다. 내가 다음 주에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초청에 응할 지는 의문이다. 말하기 힘들다. 전혀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아마 응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p.63)
이런 책은, 지금의 자기가 속한 교단이 정한 예배 순서(의식)에 맞지 않는다고 비평하면서 읽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예배 의식(순서)이 지금의 것과 똑같아서도 안 되고, 똑같을 수도 없다. 초대교회의 예배 모습을 가능한 실제적으로 되살린 이유는 이들이 예배에서 중요시하는 본질적인 요인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의 예배 안에 의식화된(형식화된, 화석화된) 부분을, 그 본질적인 것으로 변화시키고자 함이다. 마음먹고 2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의 책이다. 그러나 그 여운은 20년도 넘게 남을만한 소중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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